A. 창업자와 투자자

일개 초기 투자자로서 교원창업을 보는 의식의 흐름 정리

Angeler 2024. 1. 5. 15:37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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최근 점안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는 한 회사를 만났습니다.  지인으로부터 소개받은 회사인데, 긍정적인 방향으로 검토를 시작했습니다. 점안치료제는 시장의 니즈가 크기 때문입니다. 그리고 그 개발 중인 치료제가 거의 임상시험에 임박했고요. 하지만 처음에는 관심이 크게 가지 않았습니다. 편견 때문이지요.  교원 창업 기업에 대한 나쁜 편견 때문입니다.

학교 기술, 교원 창업, 기술과 교수의 정체성 

개인적으로 교원 창업기업을 검토할 때 조금 신중한 편입니다. 교수님들은 한평생 그 분야 연구에 몸 바치셨기 때문에 그 과학기술이 본인의 정체성과 분리가 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. 그래서 창업하실 때 자의적인 해석일 수도 있는 사업을 진심으로 유망하게 여깁니다. 100% 신념은 좋습니다. 믿는 곳에 길이 열리니까요. 반면 인지부조화로 인한 갭이 있을 수 있습니다. 하지만 그 과학분야에 전문성이 없는 자연인(일반 투자자)으로서는 그 인지부조화를 빠르게 캐치해 낼 수 없습니다. 한번은 이런 경우가 있었습니다. 한 교수님이 환상적인 실험결과를 가지고  fund 를 신청하셨습니다. 우리는 그 결과에 매료되어 그 약물 후보물질을 전달받아 우리가 원하는 마우스 모델에서 재현실험을 해보았습니다. 그런데 재현이 안됬습니다. 교수님 가설을 뒷받침하는 실험이 아니었던 건지, 그 물질이 그 가설을 뒷받침할 수 없는 잘못된 물질이었는지 알 수없었습니다. 여러 시도 끝에 그 실험은 재현 불가로 결론이 났습니다. 그렇지만 교수님 입장에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요, 제 3자 입장에서는 그 프로젝트는 끝났지만 교수님 입장에서는 정체성이 거부당한 결과였죠. 엄청 당황하셨을 겁니다. 시간이 지나 알고 보니 원래의 데이터가 교수님 실험실에서 박사 졸업생이 졸업논문에 쓸 데이터를 자의적으로 소팅해서 만든 결과임을 알게 되었습니다. 졸업은 중요했고 학위도 받았지만 교수님은 깊은 상처를 받았을 것이고 부끄러움도 교수님의 몫이었습니다.  그 교수님은 창업하지 않았습니다. 비슷한 경우가 한번 더 있었습니다. 그런데 그 분은 우리가 받아온 물질이 교수님 실험실에서 산출한 결과를 재현시키지 못하는 것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. 하지만 우리입장에서는 제3의 위탁연구시설에 동일 실험의 재현성을 위해 맡긴 것이기 때문에 그 객관성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. 그 교수님은 일반 투자자로부터 투자 받아 회사를 창업하셨습니다. 그 물질이 아닌 다른 물질로 새롭게 개발하고 계실 것이라 믿습니다. 당연한 거겠지만. 

교원창업에 대한 긍정 시각

개인적으로 교원창업 아이템들을 좋아하긴 합니다.  교수님 아이템들은 더 신박하고, 재미있고, 새롭습니다. 그리고 정체성도 분명하지요. 창업에 대한 스토리텔링도 멋지게 나옵니다. 그리고 이미 학계, 병원계에 네트웤이 있는 경우가 많아서, 임상으로 넘어갈 경우, 아니 그전에라도 공동연구개발을 할 수 있는 기반이 갖추어져 있고 빠르게 성장할 수도 있습니다. 또, 교수 아이템이라면 그 아이템이 논문으로 PEER REVIEW 된 것이 많습니다. 그래서 신규한 컨셉이라도 최소 학술레벨에서 어느 정도 검증은  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. 게다가 대학 실험실을 연구소로 공유하게 되는 경우 초기 창업에 고정비로 쓰일 임대료 같은 것을 슬림하게 가지고 갈 수 있어서 비용측면에서 도움이 많이 됩니다. 그래서 교원창업은 참으로 매력포인트가 많습니다.

교원창업을 보는 투자자의 무의식적 의식 흐름 

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원창업 초기 단계에는 2가지 핵심포인트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.

1) 첫째, 연구가 아닌 "개발"을 이끌어갈 수 있는 산업계 경력의 개발인력이 있는가,

2) 둘째, 경영적, 재무적 마인드를 가진 분, 즉 연구 DNA를 버릴 수 없는 교수와 동등한 discussion을 할 수 있는, 다시 말해서 교수의 학문적 고민보다는 기업경영과 전략 마인드를 우선시하게 만들 수 있을만한 파워를 갖춘 분이 회사 내에 있느냐, 이것입니다. 

만약 그 회사가 startup 단계가 아닌 적어도 3-4년 정도 지난 상황이라면,

3)  research 가 아닌 develop 단계, 즉 약으로 개발하기 위해 제3의 위탁연구기관에서 제3의 손으로 검증하고 시험하는 단계에 이르러 가능성을 보이고 있는지, 예를 들어 GLP 기관에서 약의 물성과 대사, 독성 같은 것을 보았고, 심지어 최소 연구자임상까지 할 정도로  "개발단계"에서의 제3의 검증이 이루어졌는가? Yes라면 투자입장에서 좀 더 긍정적일 것 입니다. 

IR 슬라이드 덱을 보는 투자자의 무의식 흐름 

초기투자자입장에서 맨 처음 보는 것이, 웬만큼 IR 자료를 만든 회사라면 일단 아이템의 색깔이 한눈에 보일수 있게 만들었을 거라 생각합니다. 사실 그게 안 보이는 IR 자료도 있긴 합니다. 어쨌든 아이템/기업정체성의 색깔이 선명하게 보이면 슬라이드덱 페이지를 넘길 때 훝어보는 것 이상으로 글자를 읽고 소화시킵니다(다르게 말하면, 첫 눈에 색깔이 흐릿하면,  그 다음 슬라이드를 그냥 후루룩 훝습니다. 내가 관심이 있을까? 자세히 읽어볼 필요가 있을까? 를 스스로에게 물어보기 위해서이죠).

그리고 어떤 창업팀이냐 (교원창업인 경우 R&D 인력, 산업계인력, 경영전략C 레벨인사)을 먼저 봅니다. 초기에는 사실 아무것도 없는 거나 마찬가지죠. 사람과 무형자산(기술, 아이디어) 뿐이니까요. 검증된 건 사람밖에 없는 상황입니다. 그리고 그 아이디어, 기술을 실현시킬 사람들인 것 같으면 그 사업아이템이 얼마나 매력적인지, 후속 투자를 받을 수 있겠는지 판단해봅니다. 보통 대박 아니면 쪽박이니, 만약 이게 쪽박되는 경우 어떻게 될까를 simulation 하는데, 그때 견뎌낼 수 있는 plan B 의 파이프라인이 얼마나 견고한지 봅니다.  그리고 만나서 그 가설들이 맞는지 Q&A 를 해봅니다. 이걸로 투자결정을 못한다는 것은 역시 사람도 기술도 문서만으로는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. 그러니 듀딜리전스를 하는 건데.. 이 결정도 쉬운 것은 아닙니다. 그때부터 온 뇌력을 써서 그 기업을 평가하고, 그래서 결론적으로 회사 돈, 펀드 돈을 투자해도 내가 안전할까 판단해야 하니까요(나도 내돈으로 투자하는 게 아니라 맡겨주신 돈으로 투자하는 거니까 잘 해야 비난을 면할 수 있으니까요).  

그래서...점안기술기업에 대한 리뷰의 시작

황반변성 치료를 위해 눈을 바늘로 찌르는 험난한 과정, 이를 피하기 위한 여러 연구개발이 있었지만 아직 만족할 만한 약이 나오지 않았습니다. 하지만 최근 지질나노입자 등 약물전달기술이 혁신신약 효능에 필수적인 기술로 재인식되면서 점안제에 적용할 수 있는 기술도 발전하고 있습니다. 이제, 그런 점안제 기술이 어떤 것들이 떠오르고 있는 지 살펴보고, 어떤 기술을 응원해야 할지 결정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됩니다.  그 내용은 다음에... 환자의 불편함과 의료 시장의 요구/ 전체적인 연구개발 흐름/ 해외 개발 현황/ 국내 개발 현황 으로 조사하여 결론내리고자 합니다. 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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